[매일경제] 2013-08-06
세계는 로컬푸드 熱風…한국은 걸음마
도쿄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지바현 쇼이카고 JA(일본농협) 직거래 장터.
지난달 말 찾아간 이곳 매장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도 장을 보러 나온
손님으로 북적거렸다.
근처 지바시에서 왔다는 호시나 하루코 씨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장터에
나와 물건을 구입한다"며 "이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채소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쇼이카고 점포의 이시이 신지 점장은 "로컬푸드는 농민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판로가 될 수 있다"며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대형마트ㆍ슈퍼마켓 등 다른
유통 채널과 당당히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로컬푸드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농산물을 생산지 인근에서
소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로컬푸드운동은 2000년대 이후 시스템화ㆍ조직화
과정을 거치며 전 세계 농산물 유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6일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로컬푸드 매장 수는
1만6816개에 이른다.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매장 수(1만5218개ㆍ올해 3월 기준)를
훌쩍 뛰어넘는다.
미국에서도 로컬푸드의 상승세는 무섭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농민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장터인 '파머스마켓'이 1994년
약 1700개에서 지난해 7800여 개까지 늘었다.
장거리 운송에 시달린 농산물이 아닌 인근에서 바로 수확한 신선한 제품이라는
점뿐 아니라 유통 단계를 확 줄였다는 측면에서 로컬푸드는 밥상과 농산물 유통에
혁명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유통 구조 개선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로컬푸드가 기존의 주류 유통망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판로로 부각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농산물 유통 단계 축소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피부에 와닿게'와
같은 수식어를 사용해가며 여러 차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국내 로컬푸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농가들이 일손 부족,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직매장 개설에 관심을 보이지
않다 보니 산지 도매인에게 대량으로 납품하는 방식이 고착돼 있다.
그나마 농협과 영농조합이 지난해부터 로컬푸드 싹을 틔운 이후 대형마트,
백화점, 슈퍼마켓까지 이 시장에 대거 합류하고 있다. 농협은 현재 20개인
로컬푸드 직매장 수를 올해 20~30개로 늘리고, 2016년까지 1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도 로컬푸드 운영 지역을 기존 경북ㆍ경남ㆍ전북ㆍ전남 등 4개 권
역에서 서울을 제외한 전국 8개 권역으로 늘리고, 매입 금액도 지난해 100억원
규모에서 2014년 700억원까지 늘릴 예정이다.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생산자, 소비자 양측에
모두 이롭다는 점 때문이다.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얻을 수 있다. 생산자는 유통단계 축소로 소득을 늘릴 수 있고,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운송거리가 짧아져 탄소배출이
줄어들 뿐 아니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로컬푸드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품목 다양화뿐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생산물의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매장 확대에만 급급해 다른 지역
농산물을 취급한다거나, 안전에 문제가 있는 제품을 유통할 경우 로컬푸드는
활성화되기도 전에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로컬푸드의 초기 형태인 직거래 시장이 미국에서는 1930년대,
일본에서는 1970년대에 시작됐지만 최근의
형태로 발전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모든 도시에서 인근에서 생산한 채소를 먹을 수 없는 만큼 로컬푸드를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로컬푸드 하면 일반적으로
대형 직거래장터만 떠올리지만 생협, 밥상꾸러미 등 다양한 형태를 생각할
수 있다"며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채널과의 조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로컬푸드 :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수산물로 흔히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된 농수산 상품을 지칭한다. 생산지와 소비자 간 배송 거리 및
유통 단계를 줄여 식품의 신선도가 높아지고 가격도 낮아진다.
[심윤희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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