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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삼성토지경제연구소의 경제 뉴스 분석

경기전망 좋다는데도 돈 안푸는 기업들..왜?

[세계일보]         2013.08.20




경기전망 좋다는데도 돈 안푸는 기업들..왜?



체감경기 여전히 한파… 투자심리 꽁꽁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경기전망은 낙관적이다. 올해 '상저하고'의 경기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상반기 1.9%였던 성장률이 하반기에는 3.7%로 뛰고 내년에는 4.0%로 높아질 것이고 한다. 갈수록 경기가 

좋아진다는 얘기다. 특히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53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데도 업계 분위기는 딴판이다. 경기가 좋아지는 게 맞다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야 할 텐데 정반대다. 

중소 제조업체들의 경우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투자가 부진할 전망이다. 경기 전망과 반대로 '상고하저'의 

흐름이다.




IBK기업은행 산하 IBK경제연구소가 20일 발표한 '중소 제조업 설비투자 전망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소 

제조업체 3070개 가운데 하반기에 설비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응답한 업체는 22.5%인 691개사였다. 

상반기 설비투자 계획 업체 비중 23.7%보다 1.2%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기업 규모별 설비투자 계획 업체 

비율을 보면 중기업이 45.7%에서 43.0%로, 소기업이 18.6%에서 17.7%로 떨어져 모두 상반기보다 

하반기 설비투자가 부진할 전망이다.


대기업의 분위기도 중소기업과 다르지 않다. 단적으로 사상 최고인 유보율이 말해준다. 지난해 10대 재벌그룹 
12월 결산법인 69개사의 유보율은 사상 최고인 1442%에 달했다. 유보율이란 자본금 대비 잉여금 비율로,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내부에 얼마나 쌓아놓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대기업 금고에 투자되지 않고 
쌓여 있는 돈이 사상 최대라는 의미다. 일례로 현대제철은 1조원대 특수강 공장 프로젝트 추진을 
연기하기로 했다. 불황 장기화 우려 때문이다.

대기업 유보금은 적어도 수백조원으로 추정된다. 16대 국회의원으로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박병윤 
일자리방송(JBS)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들의 금고 속에는 1000조원이 낮잠을 자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의 투자가 부진한 것은 경제 성장의 중심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한국 경제의 저성장은 기업들의 투자 부진 때문"이라며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대해 별도로 
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결국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와 한은의 
경기 전망은 낙관적이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것이다.

IBK경제연구소 조사에서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계획하지 않는 이유로 '기존 설비만으로 충분하기 때문'과 함께 
'투자의욕을 상실했기 때문'을 주로 꼽았다. 연구소 관계자는 "재고는 늘고 수주는 부족한 상황에서 
설비투자를 늘릴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며 "기업 심리가 호전되기 전까지 설비투자 위축이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