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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삼성토지경제연구소의 경제 뉴스 분석

[work smart 확산] 매일 야근하라던 회사가 변했다… 칼퇴근이 미덕인 시대

[국민일보]                2013-08-03 



[work smart 확산] 매일 야근하라던 회사가 변했다… 칼퇴근이 미덕인 시대







“잘 놀고 잘 쉬는 게 경쟁력이다.”


임직원에게 휴가를 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1년에 한 차례 리프레시(재충전) 휴가를 가도록 
의무화하는가 하면 장기 근속자에게 길게는 1년까지 유급 휴가를 주기도 한다.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개인의 창의력을 향상시키고 업무 몰입도도 높인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워크 하드(work hard)보다는 워크 스마트(work smart)=장씨는 입사 10년차 직원에게는 6개월, 20년차 
직원에게는 1년간 유급휴가를 주는 KT의 ‘리프레시 휴직’ 제도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KT는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직원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배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10년 190명을 시작으로 2011년 199명, 2012년 206명이 리프레시 
휴가를 떠났다.

KT 관계자는 “자기계발과 재충전이 신청 사유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건강회복, 어학연수, 자격증 취득 
등 다양하다”며 “특히 여성 직원의 신청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눈에 띄는 캠페인은 SK이노베이션의 초과근무 제로화 프로젝트다. 정시 퇴근을 원칙으로 하고 
업무상 불가피하게 야근을 해야 할 경우엔 사전에 신고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실행 여부인데 
SK이노베이션은 제도 설명회 때 초과근무 상위 10개팀을 공개해 경각심을 높이고 실제 오후 7시 이후엔 
건물의 냉난방을 중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초과근무 현황 및 개선 여부를 팀장·임원의 연말 인사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처럼 전사적으로 야근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는 데는 경영진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게 SK이노베이션 
측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초과근무 제로화 프로젝트가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뿐 아니라 
관행까지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쓰오일도 임직원 재충전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집중휴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연간 휴가한도 내에서 
2주 이상 연속된 휴가를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 이보다 앞서 장기휴가제를 도입한 기업들도 있지만 
대다수가 상사 눈치를 보느라 혹은 업무 우선의 조직문화 때문에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에쓰오일은 연초 전 임직원들로부터 집중휴가 계획서를 받아 연말에 실적을 집계해 조직 평가에 반영한다. 
또 업무 공백을 덜기 위해 임원이나 팀 리더가 집중휴가를 떠나면 다른 부문의 팀 리더가 대신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지난 5월 2주간 집중휴가를 다녀온 노시경 차장은 “대행체제를 통해 인적 교류가 활발해져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됐다”며 “조직 간 업무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효율도 덩달아 높아졌다”고 전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는 직장생활만큼이나 개인의 여가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유연한 휴가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휴식의 최대 적은 ‘눈치’와 ‘관행’=여러 기업이 직원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정작 직장인들은 주어진 휴가조차 다 쓸 수 없고 상사 눈치가 보여 칼퇴근은 엄두를 못 낸다고 입을 
모은다.

마케팅 회사에 근무하는 박모(38)씨는 “처음부터 아예 야근할 생각을 하고 근무시간엔 일을 대충 한다”며 
“막상 야근 때는 저녁 먹으면서 술 한잔 하고는 피곤하다며 퇴근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늦게까지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 열심히 일하는 줄 아는 몇몇 상사들의 인식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연차휴가 사용 실태를 조사했더니 
휴가 부여 일수는 15.3일이었지만 실제로 사용한 휴가는 7.1일에 불과했다. 휴가를 다 못 쓴 이유로는 
‘회사 눈치가 보여서’, ‘밀린 업무가 많아서’ 등이 꼽혔다.

실제 우리나라는 여전히 효율이 떨어지는 노동을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090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48시간
보다 342시간 길었다.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절반에도 못 미치는 
49.3%에 불과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동욱 홍보기획본부장은 “9시 출근해 6시 퇴근하는 경직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연차휴가 보장, 불필요한 초과근무 방지 등을 위해 팀장의 인사고과와 연계하는 식의 제도가 
필요하다”며 “근로자들도 근무시간에는 최선을 다해 일하는 근로윤리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지혜 임세정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