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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삼성토지경제연구소의 경제 뉴스 분석

인도 외환위기 우려 고조 … 외자로 이룬 성장신화 한계

[중앙일보]            2013-08-20




인도 외환위기 우려 고조 … 외자로 이룬 성장신화 한계




미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 외국자본 썰물 … 루피화 가치 사상 최저

인도가 1991년 이후 22년 만에 다시 외환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통화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 가운데 외국자본이 연일 이탈하고 있다. 인도는 최근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표명한 뒤 글로벌 금리가 뛰면서 위기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지적되고 있다.

 19일 인도 통화인 루피화 가치의 움직임에 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그럴 만했다. 만모한 싱 총리를 

비롯해 핵심 경제 관료들이 루피화 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주말 잇따른 구두 개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싱 총리는 17일 “1991년과 같은 위기는 다시는 없다”고 선언했다. 전국에 생중계된 기자회견 자리에서 

시장에 나돌고 있던 외환위기설을 일축했다. 하루 뒤인 18일엔 재무부 고위 관료들이 나서 “자본이탈을 

막기 위한 추가 조치는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싱 총리 등의 말은 19일 외환시장에서 철저히 무시됐다. 이날 루피화 가치는 다시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 달러와 견줘 62.66루피까지 추락했다. 루피화 가치는 최근 석 달 새 12%나 

추락했다. 브라질 헤알화 다음으로 낙폭이 컸다.

 인도 뭄바이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외국인 탈출이 러시를 이루면서 주가가 2% 넘게 떨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시장이 인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을 불신임한 셈”이라고 

평했다.

싱 총리까지 나섰지만 금융시장 계속 요동

 싱 총리는 최근 외환보유액을 지키기 위해 금과 은 수입을 제한했다. 자국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에도 브레이크를 걸었다. 글로벌 시장이 인정하는 인물을 중앙은행 차기 총재에 

지명하기도 했다. 라구람 라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주인공이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인도에 위기 대응 드림팀이 구성됐다”고 호평할 정도였다.

 그럴 만했다. 싱 총리는 91년 위기 와중에 재무장관에 임명돼 96년까지 사태 해결을 주도했다. 

라잔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견했다. 두 사람 모두 위기 때문에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그러나 요즘 인도 경제는 두 사람의 성공 이력만으론 해결을 보장할 수 없는 딱한 처지다. 실물경제는 

사실상 침체 상태다. 올 1분기 성장률이 4.8%(전년 동기 대비)까지 떨어졌다. 싱 총리가 주도한

 '아웃소싱(Outsourcing) 경제'의 한계 탓이다. 싱 총리는 91년 위기 해결을 주도하면서 개방과 개혁을 

부르짖으며 해외자본 유치에 앞장섰다. 

그 결과 인도는 글로벌 기업들의 아웃소싱 거점이 됐다. 소프트웨어·애니메이션 제작업체와 

금융회사 콜센터 등이 인도로 몰렸다. 이 덕분에 신흥부호뿐 아니라 중산층이 

빠르게 늘어났다. 소비시장이 커졌다. 내수를 기반으로 한 성장이 가능할 듯했다. 글로벌 시장엔 

'인도 성공신화'가 퍼졌다.

내부 병폐 그대로 … 자생적 발전 발목 잡아

 하지만 인도의 고질적 병패는 그대로였다.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지방정부의 지나친 독주 등이다. 

인도 성공 신화가 한창이던 2007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인도는 부정부패가 경제의 자생적 성장을 

결국 가로막을 것”이라며 “(구조개혁 없이) 글로벌 기업들의 아웃소싱에만 의존하면 결국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는 미국·유럽 경제가 금융과 재정 위기 탓에 침체에 빠지면서 현실화했다. 선진국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줄이자 수출이 급감했다. 그 바람에 인도 경상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올 1분기 말까지 1년간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8% 수준까지 늘어났다. 인도 중앙은행이 

GDP 대비 2.5%로 제시한 적정선을 크게 웃돈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외채 증가로 이어졌다. 올 1분기 말 현재 인도 외채는 3900억 달러에 이른다. 

외환보유액(2780억 달러)보다 많다. 싱 총리는 “외환보유액이 7개월치 수입액만큼은 된다”며 “아직 

문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외환보유액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외국 자본이탈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도 정부의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지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8%를 웃돌고 있다.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이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직전 수준과 비슷하다. 

상황을 종합하면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도미니크 바튼 회장이 말한 '위기 7대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바튼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 인물이다. 그는 저서 『위험한 시장』에서 “신흥국 

외환위기는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경상수지 악화, 재정위기, 시중은행 부실화, 외환보유액 감소, 

통화가치 하락 때문에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경상적자·외채 급증 … “위기 7대 조건 갖춰”

 싱 총리가 91년처럼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블룸버그는 “싱 총리나 9월 취임할 라잔 중앙은행 총재가 

위기를 단번에 타개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싱 총리는 “새로운 사고”를 강조했다. 새로운 묘책을 마련할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이 기다려준다면 싱 총리가 창의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요즘 글로벌 시장 흐름은 싱 총리 편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은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이 1차 희생양으로 거론될 정도다. 터무니없는 예측은 아니다. 멕시코 

사태(94년)와 아시아 금융위기(98년) 모두 하나의 사건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바로 94년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의 기습적인 기준금리 인상이다.

 그때 그린스펀은 90~91년 경기침체 이후 3년 가까이 유지해온 저금리 정책을 전격적으로 

폐기했다. 기준금리를 연거푸 올리며 시중 자금을 빨아들였다. 그 바람에 미국 내에선 

오렌지카운티가 파산했다. 

이웃 멕시코는 외환위기에 빠졌다. 3년 뒤엔 태국,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이 위기를 맞았다.

 이런 사실을 근거로 최근 모건스탠리는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통화가치가 추락할 5대 취약 국가로 지목했다. 

강남규 기자 

1991년 인도 외환위기 … 싱 총리가 소방수 역할

인도 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직전까지 갔던 위기. 외환보유액이 1991년 1월 거의 고갈돼 12억 

달러까지 줄었다. IMF에 금 67t을 담보로 맡기고 구제금융 22억 달러를 빌려 가까스로 디폴트를 면했다. 

발단은 80년대 중반 이후 누적된 쌍둥이(경상 및 재정 수지) 적자였다. 90년 8월 걸프전 발발 이후 

국제원유 값 상승과 세계경제 침체가 화근이었다. 이 위기는 인도 경제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이었다. 

이전까지 인도 경제는 외국 자본에 폐쇄적이었다. 관치금융이 중요한 정책수단이었다. 하지만 위기를 

계기로 만모한 싱이 재무장관에 임명되면서 신자유주의적 개혁과 개방이 본격화했다. 그 뒤 외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경제가 고성장했다. 인도는 브라질·중국·러시아 등과 함께 브릭스(BRICs)로 불리며 

세계경제 신형 엔진, 차세대 경제대국으로 각광받았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