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이야기/삼성토지경제연구소의 경제 뉴스 분석

저물가, 체감경기 심각성 가릴라

[한겨레]                2013-08-11


저물가, 체감경기 심각성 가릴라




[한겨레] 명목지표와 실질지표의 역설

물가 떨어질 때 명목지표 하락이

실질지표 하락 폭보다 더 커

경기판단은 ‘실질’이 기준이지만

경기주체들 체감은 ‘명목’에 반영

미 연준 양적완화 축소 탓

시장 금리 상승 압력 커져

가계부채 부담 악화시킬 수도

내수경기 개선 위한 정책 절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1.4%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연속 1%대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범위(2.5~3.5%)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저물가 기조와 부진한 
경기흐름이 계속되면서 우리 경제가 일본식의 장기불황과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물가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물가정책당국과 한은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 최근의 물가 안정은 소비 둔화의 영향도 있지만, 3월부터 시작된 
무상보육과 농축산물 공급 확대, 석유류 가격 인하 등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인데, 이러한 
요인들만으로도 소비자물가가 1.0%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은은 3% 내외의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 등을 이유로 하반기의 물가상승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기도 하다. 

저물가의 원인에 대한 이러한 진단은 타당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조금 다른 곳에 있다. 
진짜 문제는 기록적인 저물가 현상으로 인해 현재 경기상황의 심각성이 간과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나 투자 등 눈에 보이는 경제활동들은 대부분 명목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경기흐름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들은 실질금액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는 가격변화로 인한 왜곡을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명목기준 증가율은 실질기준 증가율보다 높게 나타나며, 
물가상승률이 낮아질수록 명목기준 증가율과 실질기준 증가율의 격차는 작아진다. 

우리 경제의 소매판매증가율을 예로 들어 보면, 올해 1~6월 실질 소매판매증가율은 월평균 
0.7%를 기록하여 소비 부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명목 소매판매증가율은 
실질증가율과 별 차이가 없는 0.8%에 불과하다. 명목증가율과 실질증가율이 비슷해진 
이유는 바로 저물가인데, 이러한 숫자들의 의미는 각각의 증가율을 과거와 비교해보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실질 소매판매증가율은 2011년 4.6%, 2012년 2.3%에서 올해 1~6월 0.8%로 낮아졌는데, 
같은 기간 명목 소매판매증가율은 9.5%, 4.1%에서 0.8%로 낮아졌다. 달리 표현하자면, 
실질기준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씀씀이는 2011년, 2012년에 각각 4% 중반, 2%대 초반으로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조금 더 낮아진 1% 이하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명목기준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씀씀이는 2011년, 2012년에 각각 9% 중반, 4%대 초반으로 증가했지만, 올해에는 
큰 폭으로 낮아져 1% 이하로 증가하고 있다. 명목기준의 소매판매는 2년 전만 하여도 10% 가까이 
증가하였지만, 지금은 거의 변화 없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러한 두 가지 방식 
중에서 어떤 해석이 내수경기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것일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준거로 삼는 것은 실질기준이 아닌 명목금액이다. 우리의 소득과 지출, 
자영업자를 비롯한 기업의 매출과 이익 모두 명목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와 
비교한 올해의 소매판매액 증가율이 실질기준보다 명목기준에서 더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가 실질기준 지표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경제지표의 해석이 실질기준에 근거하는 이유는 물가상승으로 인한 왜곡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지만,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실질기준 지표가 경기흐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 극단적인 디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더라도, 물가상승률의 지속적인 하락은 
명목지표와 실질지표의 관계에 대한 역설을 만들어낸다. 저물가 기조 하에서는 실질지표에 비해 
명목지표가 훨씬 더 큰 폭으로 악화될 수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경기흐름을 더 잘 반영하는 것은 명목지표일 수도 있다. 

무더위와 장마 등으로 인한 농산물가격 상승, 향후 수요측 물가압력의 확대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다소 높아질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명목지표의 개선은 체감경기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내수경기 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도 상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일정에 따라 이미 
상승세로 돌아선 시장금리의 상승압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저물가 상황에서 명목금리의 상승은 실질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이는 우리 경제의 
최대 취약점인 가계부채 부담의 악화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내수경기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임일섭/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장